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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환자에게 "1년 후에 오세요"란

6개월 이상 큰 변화가 없네요 ...... 2018년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더 이상 변화가 없고 6개월전 뿌연 결절이 또렷해졌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는 눈빛을 보냈더니 "이것은 좋아진 것입니다" 이리저리 오래도록 마우스를 굴리던 호흡기내과 최교수는 "내년에 와도 되겠네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을 영숙에게 어떻게 장난스레 전할까 궁리하다가 전화가 연결된 순간 3년동안 그리고 오늘 새벽까지 나를 걱정해주던 영숙의 고마움이 떠올라 그만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걸 기쁨의 눈물이라 하는구나 커피를 손에 들고 오래도록 병원 벤치에 앉아 목련과 벚꽃을 바라보았다

항암 2021.03.26

3월의 제주도

여행을 온건지 애를 보러 온건지 잠을 자는건지 꿈을 꾸고 있는건지 먹는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사색은 커녕 어딜 갔다욌는지 기억도 없고 손주 보느라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손주와 떠나는 여행은 두 돌까지지 그 이상은 안된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집으로 가자 결혼 34주년을 맞은 우리 부부가 코로나로 외국여행은 불가하여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를 다시 찾기로 하는데 대신 두 딸과 손주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뮌가 기대와 의미있는 출발이었지만 여전히 3월의 제주는 바람만 불면 겨울이었다 좋은 풍경에 잠시 차에서 내리면 숨어있던 바람이 닥쳤다 손주 위주의 여행이었다면 손자가 골아떨어질텐데 어른 위주의 여행인데다 바람은 세고 차거워 차 안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며 어른과 손주는 좀이 쑤시기 시작되는데 어른..

Graffiti 202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