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442

일기

둘째 서라가 서울 생활을 접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겠다며 다음 주에 들어오기로 했다.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자기가 사용하던 3층을 원하는 대로 바꿔주기 위해 이참에 오랜 된 것을 정리하는데 일기장이 나왔다 먼지 나는 물건 속에서 물끄러미 일기장을 넘기다가 그냥 덮어버렸다 젊은 날의 패기로 긁적여 놓은 누군가에 대한 원망과 미움들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내 잘못도 있지만 이제는 내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용서할 것은 용서했고 잊을 것은 잊었는데 다시 들추어내어 뭘 어쩌자는 건가 하며...... 소중한 일기장이어서 20년을 넘게 간직했지만 이제는 쓰레기 봉지로 던져버린다. 내가 몇 년을 더 살던 과거의 기억을 어제처럼 기억하면 뭐하나 이제는 오히려 하나씩 버리고 지워야할 나이가 아닌가...

Graffiti 2021.12.19

3월의 제주도

여행을 온건지 애를 보러 온건지 잠을 자는건지 꿈을 꾸고 있는건지 먹는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사색은 커녕 어딜 갔다욌는지 기억도 없고 손주 보느라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손주와 떠나는 여행은 두 돌까지지 그 이상은 안된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집으로 가자 결혼 34주년을 맞은 우리 부부가 코로나로 외국여행은 불가하여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를 다시 찾기로 하는데 대신 두 딸과 손주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뮌가 기대와 의미있는 출발이었지만 여전히 3월의 제주는 바람만 불면 겨울이었다 좋은 풍경에 잠시 차에서 내리면 숨어있던 바람이 닥쳤다 손주 위주의 여행이었다면 손자가 골아떨어질텐데 어른 위주의 여행인데다 바람은 세고 차거워 차 안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며 어른과 손주는 좀이 쑤시기 시작되는데 어른..

Graffiti 2021.03.26

자랑 한 번 해볼까나? ㅎ

그가 전화를 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20년쯤 어린 그가 안부를 묻드만 3년 전 그 때는 몰랐는데 돌이켜 보니 그 해에 나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내게 고맙고 못보고 있으니 생각이 나더란다 가능하시다면 자기와 여행을 가줄 수 있느냐며 여행이라는 말에 살짝 난감은 했지만 그리고 보니 나를 좋아하는 후배들이 있다 자기네 롤모델이라며 이 친구마저 내게 롤모델이라니 내 인생 잘 익어가고 있나보다

Graffiti 20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