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고산과 우암의 보길도 2003. 3. 19

Graffiti 2006. 1. 17. 16:20

 

바다가 밭이었습니다

배가 지나는 길만 버려두고 모두가 돈밭이었습니다

해마다 격는 적조현상으로 마음 상했을 바다의 농부들이 안타까왔습니다

 

 

세연정 앞의 연못입니다

고산 윤선도 선생이 그 유명한 어부사시사를 지었던 곳

세연정의 창문도 독특했지만 집채만한 자연석을 이용한 연못은

방문객을 저절로 시인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중에서

봄노래

우는 것이 뻐꾸긴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저어라, 저어라
어촌 두어 집이
연기 속에 들락날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맑고 깊은 물에
온갖 고기 뛰논다.

여름노래

연잎에 밥싸두고
반찬일랑 장만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대삿갓 썼노라
도롱이 가져 오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날 따르는가 절 따르는가

가을노래

옷 위헤 서리 내리나
추운 줄도 모르노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고깃배 좁다하니
뜬 세상은 어떠한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러하고
모레도 이러하고

겨울노래

얕은 내 고기들이
먼 강에 갔나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시나마 날 좋을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가 좋으면
큰 고기 문다하니

오우가(五友歌 : 다섯 벗의 노래)

내 벗이 몇이냐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떠오르니 그것이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때가 많은지라
좋고도 그칠때가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찌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않은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피고 추우면 잎지거늘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
땅속깊이 뿌리가 곧은 줄을 그것으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면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러고 사철을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떠서 만물을 비추니
밤중에 밝은 빛이 너만한 것이 또 있겠는냐
보고도 말이 없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우암 송시열 선생이 세자 책봉문제로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눈밖에 나 제주도로 귀양을 가다가 보길도 남쪽

병풍처럼 생긴 바위에 글을 적었다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탁본을 떠가 가까이 가기 전에는 글을 읽을수 없어 아쉽습니다

八十三歲翁(팔십삼세옹)  83세 늙은 이몸이

蒼波萬里中(창파만리중) 거칠고 먼 바닷길을 가노라

一言胡大罪(일어호대죄) 한마디 말이 어찌 큰 죄가 되어

三黜亦云窮(삼출역운궁) 3번이나 쫏겨가니 신세가 궁하구나

北極空瞻日(북극공첨일) 북녂하늘 해를 바라보며

南溟但信風(남명단신풍) 남쪽바다 믿고 가느니 바람뿐이네

貂襄舊萬恩在(초구만은재) 초구(임금이 하산한 옷)에는 옛은혜 서려있어

感激泣弧(감격읍호 ) 감격한 외로운 속마음 눈물 지우네

 

 

글쓴 바위 아래로 깍아지른 절벽이 아찔합니다

한반도 끝에 서있다는 감흥과

고산의 풍류와 우암의 충정이 어울어진 보길도

땅끝까지 찾아오길 잘했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배가 아파 병원으로 갔다는 비보가

낡고 무전기 같고 흉기 같은 전화기로 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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