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암 병기 4기

Graffiti 2022. 9. 10. 02:40

이 가방을 버릴까 했다.

베트남에서 사온 건데 5년 이상 아주 애용하던 것이었는데 

자크의 손잡이가 부러져, 열고 닫기가 불편했는데 하루 사이에 마음이 바뀌었다.

암이 재발되었는지 원발성 암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하여튼 다시 이 가방을 끼고 항암치료를 다녀야 하기에 버릴 수 없었다.

 

서울대병원 김교수는 인사만 한 채 마우스 스크롤을 열심히 굴려가며 타이핑을 했다.

내 목에서 떼어낸 조직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오더를 내리고 있는 중이리라.

서림이를 통해 내가 재발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조용히 기다렸다.

 

김교수는 암이 재발했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암의 종류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NGS(유전자 증폭 염기서열) 검사를 해야 치료방향을 잡을 수 있다며

폐암의 전이라고는 확신을 할 수 없다 했다.

전이인지 새로운 다른 암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했다.

일반암이면 기존 치료 방법을, 다른 암이면 표적과 면역 항암 치료를 통해 접근한다고 했다.

병기는 4기라고 봐야 한다며  2주 후에 폐암 전이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4주 후에  염기서열 결과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울 것이라 했다.

 

따님이 간호사인데 더 물어볼거 있어요? 나는 쳐다도 안본다. ㅎ

김교수는 지난번 진료에서 형님과 같이 들어갔더니 그 날도 형을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ㅎ

나는 충격으로 혼이 나갔을 테니 패싱을 한건가? ㅎ

다른곳으로 뼈나 뇌로 전이된것보다 임파절만 전이된 것은 다행인가요? 서림이가 물었다.

큰 차이는 없다는 말투다

예후는 어떤가요?

NGS 결과가 나오면 그때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물었다.

저의 생활 습관과 환경이 암의 재발에 원인이 되었을까요?

김교수는 웃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걱정에 휩싸여 옆에 서있는 서림의 얼굴과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집사람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나는 오히려 초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