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비보를 접하고
오후 5시쯤 형제들끼리 길을 나섰다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고향집은
깜깜한 밤만큼이나 시커먼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형님과 누님은 태어나고 자란 산청이지만
내겐 그저 고향이다
하지만 산청이란 두 글자만 들어도 마음이 짠하다
항상 마음 설레며 접어 들었던 고향 마을 이건만
그날 밤 우리는 지옥으로 가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몸만 빠져나와 비탄과 한숨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을 뵈러 작은 집에 갔다
만지기만 해도 부서져벌릴 것만 같은 어머니를
누님은 덥석 안는다
불행중 다행이라며 건강하신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놀라셨을 마음을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채 위로도 다 못해드리고 우리는 올라와야만 했다
다음 날 삶이 우리를 그곳에 머무르지 못하게 했다
심신이 허약해지셨을 테니 서울에 올라가 추스리고 다시 오시자했지만
한사코 고향에 계시겠다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그 새벽 서울을 향하며 우린 속울음을 해야했다
어제 새벽 우리는 다시 고향을 향했다
사는 것이 다 힘들지만
부모님의 집을 우리 손으로 지어드리자며
건축업자와 함께 고향으로 갔다
여든을 넘긴 아버지는 한사코 마지막 여생을 위해
호사를 원치않으시지만
자식들의 마음은 빚을 내서라도
훌륭하진 못해도 반듯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어했다
여기저기 견적을 들어보고
동행한 건축업자와 흥정을 하고
우리는 삶터로 다시 올라와야 하기에
부모님을 위로하기 보다
곳간의 사정을 가늠하며 마음은 다시 바빠진다
월요일엔
아버지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원치 않는 집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의 무욕과 근검으로
부동산 투기 한 번 못한 것이 아쉬웠고
새 집을 한 번 지어 살고 싶으셨던 소원을 이룰 집
자식으로서는 안전한 집을 지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 낙향하실 때 번듯한 집을 장만해드리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던 자식들이 늦게나마 빚을 갚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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