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강아지를 찾는다
일전에 들개에게 물린 후로 가족들이 부쩍 애기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애기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시집을 가고 싶은지 부쩍 나들이가 많아졌다
그래봐야 앞문으로 나가 뒷문으로 들어오는 정도였는데
강아지를 찾으러 나간 딸이 잠시 후에 사색이 되어 눈물을 머금고 뒷문으로 들어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애기가 ..... 하며 말을 못잇고 눈물을 떨어뜨린다
왜그래 외치며 뒷문으로 뛰어나가는 나는 바랬다
큰 일은 아닌데 애들이 보기에 무섭거나 걱정되는 그런 정도의 일이
우리 딸래미 앞에 펼쳐져 있었기를
하지만 길 모퉁이에 강아지가 누워있었다
얼굴쪽에 피를 흘리며 ....
강아지의 가슴쪽을 들어 안았다
체온은 따듯했지만 심장은 멎어 있다
차마 애기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가슴이 조여오는 비통함
그리고 마구 방망이질 하는 심장
강아지에게 너무 미안해 울고 싶었다
내 잘못이다
가족들이 강아지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여러번 내게 이야기 했는데
다 내 잘못이다
삽을 싣고 강아지를 싣고 차를 몰아
가끔 내가 다니던 야산에 묻어 주었다
소나무가 울창하고 앞에는 개울이 흐르고
그곳에서 다시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내 잘못이라고
주인 잃은 밥그릇만 덩그러니 있다
하루 이틀지나 모두 버렸다
보면 생각나 더 마음이 아프다
내 책상 밑에 나와같이 24시간을 지내던 녀석인데 주인없는 집이 되어 버렸다
내가 일어나면 지도 일어나고
내가 외출할라치면 문간까지 따라와 데리고 가라 하던 눈망울
잠시 내가 보이지 않으면 찾으러 다니다가 사진관 안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마음편히 낮잠을 자는 녀석이었는데
아침에 출근한다고 집에서 내려오면
너무 보고싶었다고 꼬리를 흔들며 좋아서 입으로 소리를 내던 녀석이었는데
그를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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