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들개-올 봄

Graffiti 2006. 2. 19. 19:56

우리 부부만의 아침 식사

이번엔 망향국수였다

우리 집에서 한 30분을 가면 연천군 백의리에

수 십년 동안 비빔국수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강아지(애기)를 데리고 갔다

애기는 밖에서 놀고 우리는 음식을 기다리는데

멀리서봐도 엄청나게 큰 누런 개가

우리 강아지를 물어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놀라 소리치며 뛰어나가니

집사람도 식당 주인도 손님들도 모두 난리가 났다

한 50여 미터 떨어진 곳인데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물지 말라고 야야 소리치며 뛰니

큰 개는 잠시 멈칫하고 우리 강아지는 큰 개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러더니 이내 우리 애기를 덥석 물고는 길을 건너고 있었다

내가 있는 힘껏 소리치며 따르니 이 녀석이 빨리 뛰려다

애기를 입에서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 녀석은 유유히 뛰어 들로 향하고

애기는 놀라 내가 부르는데도 도망을 간다

몇 번을 부르니 정신이 드는지 내 품으로 펄쩍 뛰어 오른다

 

애기를 안고 나는 그 녀석에게 돌팔매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것 같아

돌을 들고 넓은 들녁을 향했지만 그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애기를 들여다보니 이빨자국이 다섯군데 정도이고

등 위에선 피가 흘러 내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국수집 주인은 들개인것 같다며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개라며

광견병에 주의 해야하니 병원에 데려 가란다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대충 해결하고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수의사는 신원불명의 개에게 물렸다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격리를 해야한단다

광견병으로 진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격리시킬 개집을 마련하고

마음을 졸여가며 일주일을 보살폈다

죽다가 살아났으니 강아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우리 집엔 동물이 잘 안되더구만

애기가 불쌍해졌다

 

 

 

첫날째 먹지도 않고

물린 곳이 아프고 꼬맨 곳이 아픈 모양이다

편히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존다

 

 

 

 

둘째날 이제사 물과 음식을 먹는다

불쌍한 녀석 주인 잘못만나 고생만 한다

 

 

 

딸래미들은 개를 데리고 다니지 말라며 한 소리 한다

차조심 시켜야 한다며 한 소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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