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아버지의 나무

Graffiti 2006. 1. 1. 14:02

 

 

아버님 이 나무를 보시고 이곳이 어딘지 아시겠어요?

맞습니다. 남이섬입니다.

지금은 보트장으로 변했지만 당시엔 저 끝에 배를 묶어 두셨다면서요

홍수가 났을 때 그 배가 큰누나를 살렸구요

고향은 산청이지만 제가 태어난 남이섬에 데리고 가달라고 조르고 조른 끝에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가족이 남이섬을 밟았습니다

이곳이 우리 집터인데 없어졌고 저 집은 고모네 집이었고

이 나무(사진)는 아버님이 직접 심은 것이라며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너무 싸게 팔고나와 아쉬우셨고

그 곳을 떠나 각박한 서울 생활을 시작한 것이 한스러우셨는지

다시는 남이섬을 밟지 않겠다던 심정을 막내 때문에 꺽으셨습니다

아버님의 형제, 조카까지 다 건사하셨던 서울 생활

이제 단촐한 우리 식구들만 남아 어깨가 가벼워질 무렵 아버님의 마음은 이미 고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너희들 다 자리잡았으니 고향으로 가시겠다고 말씀하실 땐 청천벽력과 같아

자식들이 모두 만류했지만 기어코 5년 전에 서울을 떠나셨습니다

꿈에도 그리는 고향을 근 40년 만에 정착하게 되어 얼마나 기쁘셨습니까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심정을 자식들이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친척과 친구 분들과 즐겁게 오래오래 사세요

5월 7일날 새벽같이 내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