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180709 암의 가능성이 높아진 날

Graffiti 2018. 7. 9. 18:56

지난 주 목요일(7/5) 서울대 가정의학과 황선생은 내게 늦게 CT 촬영 일정이 잡히게 되어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찍게 된 것이 다행이며 내 좌측 폐의 뒷부분에 2.6센티의 종양이 발견되었단다

다음 주 화요일로 박새미나선생한테 소견서를 보내어 예약을 잡았다.

나는 화요일 형설회 친구들과 춘천에 석순이를 만나러 가자고 분위기 다 띄어놓고 내가 회장이니 빠질 수 없어 진료를 목요일로 잡았다.

하지만 영숙과 서림인 당겨야 한다며 월요일인 오늘로 예약을 잡았다

서둘러 영숙과 가정의학과에 가서 다른 선생한테 소견서를 써달라고 하고 오늘 진료한 김태영 교수에게 갔다.

오늘 소견서 쓰고 질료받고 혈액검사하고 오늘 페기능검사까지

서림이의 공복 추천을 받아들인 결과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종양의 생김이 암같다는 소견이다

바늘로 찔러 검사하는 암조직검사는 하나마나니 페트씨티를 하자는 김교수의 말에 당연 오케이했다

영숙은 의사라 뭐랬냐며 궁금했지만 그 말을 자세하게 전하다가는 눈물을 보일까봐, 나도 집사람도

말을 얼버무렸다.

검사가 오후 4시 20분에 잡혀있어

기다리는 영숙이 안쓰러워 집에 가라고 했다

우산을 쓰고 대학병원을 나서는 내내 내가 팔짱을 꼈다

결혼생활 32년이 훌쩍 지나와 있었다

집사람을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애써 외면했다

전철역까지 배웅을 하고서 다시 눈물을 흘릴까봐 돌아서버릴까 하다가 애써 참으로 한번 더 돌아보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돌아보는 집사람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조금씩 프르는 눈물을 혜화동 비바람에 말리며 다시 서울대학 본관으로 올랐다. 

암병동을 건너는 2층 육교는 창문으로 막혀있어 비를 피할수 있고 밖을 내다보며 건널 수 있었다

중간쯤에 우산을 기대고 금식으로 지친 목을 생수로 축이며 밖을 내다 보는데

형한테 전화가 왔다. 

울음이 차올라 받을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 전화는 끊겼고 나는 여러번의 심호흡을 하고 형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형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의 목소리는 다시 젖어들고 말았다.

형은 이미 8년전에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용감하게 살아나와 완치 판정을 받은 철인이다

놀란 형은 당장 온다며 어디냔다

나는 암센터 4층 창경궁이 바로 앞에 내려다 보이는 의자에 앉아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성일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있는데 형이 왔다

놀란 형의 표정을 보니 나는 한없이 약해지기 시작해ㅆ다

어깨를 들썩이며 애써 영숙과 서림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등을 다독이는 형의 큰 손이 한참이 이어졌다.

그래 다 울었다 치자 이제 그만 울자

"주님 제게 오소서, 주님 저를 보살피소서, 제 뜻이 아니고 주님 뜻대로 하소서."


방사능 약물을 넣고 난 한시간을 쉬면서 잠깐 졸기도 하며 코를 골았다

일찍 일어났고 밥도 굶은 상태가 잠이 꿀같았다

형은 밖에서 밥도 굶고 나와 같이 밥을 먹겠다며 기다렸다.

형은 이미 PET-CT를 여러번 찍어봐서 자세히 일러줬지만 왠지 외로움이 엄습하는건 어쩔수 없었다


촬영을 마치고 서울대병원 밖, 서림이가 소개시켜줬던 삼계탕 집에서 맛나게 먹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

내가 돈을 낼까봐 형이 먼저 일어나 내고 말았다

형과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나의 형 황득수. 형 이었다.


아침에 파킹해둔 창동역에서 차를 꺼내 동두천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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