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고향방문-2005 06 산청면 부리

Graffiti 2006. 2. 19. 20:23

 

어제 다녀왔습니다

그토록 가고 싶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못갔던 고향

딸래미들 학교 보내놓고 밟았습니다

고향집이 지어지고 어언 달포가 되었습니다

 

날은 엄청 더웠지만 마음은 날듯 했습니다

빨리 가고 싶었지만 어제따라 도로변 정리를 한다고

한 차선을 막아놓아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을 했습니다

부모님도 애가 타고 저 또한 애가 탔습니다

 

점심도 드시지않고 기다리신 부모님을 모시고

일대에서 유명하다는 참게메기매운탕 집으로 갔습니다

한사코 읍내에서 냉면이나 한 그릇하시자는 아버지 말씀을 거슬렀습니다

형제들은 고향가면 꼭 어디든 모시고 가는 모양인데

전 성격상 그 곳에 갔으면 고향 집에 그냥 앉아있다 오는 편이지만

어젠 저도 한번 모시고 가고 싶었습니다

 

멀기는 좀 멀었지만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도 있었지만 부모님께서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약간 붉어진것 같아 얼른 술을 한잔 들이켰습니다

 

어머님은 게를 정말 좋아하십니다

그 집은 민물 참게였기에 맛이 더 개운했습니다

팔순을 넘긴 어머님의 손놀림은 거의 프로였습니다

입 천장을 상하실까 걱정되었지만 천만의 말씀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목마다 놓인 동네를 바라보며

저 동넨 예전엔 누가 살았고

저 안 마을에서 누나를 낳았으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동리와 산과 들, 물에는 부모님과 연을 맺고 있는 곳입니다

고향입니다

 

 

마당 앞에 있는 밤나무는 어머니의 눈썹같은 달을 이고 있고

밤꽃은 염색물이 빠진 어머이 머리카락처럼 허옇게 흔들립니다

 

고향의 모습을 담아가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자니

아버지의 핀잔이 들려옵니다

하룻 밤 눕지도 않고 갈 놈이 밖에서 사진이나 찍고 있으니 말입니다

형제들은 가면 꼭 자고 오지만

저는 당일치기로 가는 날이 더 많습니다

얼른 들어가 마주앉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촉박한 일정이지만 이웃의 어른들께 인사를 다녀오고

다시 마주앉아 고기를 구워먹으며

아버진 큰 물컵에 매화주를 가득 담아 주셨습니다

저 또한 아버지가 주신 술이 맛있지만

아버지도 제가 그 술을 잘 먹는 것을 즐기십니다

 

다시 회유가 시작됩니다

"자고 가라"

그러지 못하는 제 마음이 더 죄송스럽습니다

"다음 달에 애들 방학하면 다 데리고 와서 자고 가겠습니다"

 

7시가 되었는 데도 해는 아직도 웅석봉을 물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닌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아들에게 손을 흔들며 눈시울을 붉히고

아버진 마당 앞에서 조심히 가라며 손을 저으십니다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세요

다음 달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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