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떠났던 결혼 기념일 여행에서
꽃도 제대로 못보고 바람부는 싸늘한 초봄 날씨가 부담스러워
다음 달로 여행을 미루기로 하고 찾아간 곳은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이다
아직도 예약을 해야한다거나 주민증이 필요하지만
선량하게 생긴 영숙은 민증이 없이도 통과시켜 주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맨발로 흙길을 걸었을텐데
바닥엔 눈발이 쌓여있고 바람이 불면 나무가지에서 잔설이 떨어진다
우이령의 압권은 역시 오봉이다
여러 각도에서 올려다 보이는 오봉의 전경이 우이령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오봉의 턱밑까지 올라갈 수 있어 우이령은 오봉 탑방로나 마찬가지다
천년고찰 석굴암
오봉 바로 밑에 있어 전쟁의 참화에서도 안전지대였던것 같다
소요산의 석굴처럼 이곳 석굴암도 커다란 바위 밑으로 불전이 있다
석굴암 건너에 보이는 북한산의 봉우리들
파노라마로 찍어봤다
산꼭데기에서도 물이 솟아오르니 암자가 있을터이다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고
하산길엔 영숙과 손을 잡고 내려오며
살아온 24년과 살아갈 수 십년을 이야기한다
내년엔 황혼은 아니지만 중년 웨딩사진이랄까 그것도 하기로 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준비도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부부가 아침으로 먹어본 메뉴 중에서 최고는
의정부에 있는 전주 콩나물 국밥이다
별의별 모든 메뉴를 섭렵했지만 역시
오늘 아침도 그것으로 해결하고
늦은 점심으로 택한 곳은
경원선의 끝인 신탄리역 앞에서 먹은 더덕오리다
원래는 앞 집에서 했는데
장사가 하도 잘되니까 집주인이 내보내고 자기네도 차리고
이 집은 바로 앞에 차렸는데
머지않아 나쁜 집주인은 손들고 이 집은 이 일대에서 유명한 집이 되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더덕을 마치 양파주듯 듬뿍 아주 많이 주는 곳이다
고추장 양념의 오리도 괜찮고
하지만 오리는 역시 굵은 소금 팍팍 뿌려 굽는 것이 최고인거 같다
영숙도 노안으로 잔글씨를 보려면 멀리 놓고 본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큰 딸 서림이 나이였는데
이십대엔 이기려고 서로 싸웠고
삼십대엔 삶이 버거워 싸웠고
사십대엔 사려깊게 이해하기 시작했고
오십대엔 오우가의 벗처럼 살 것이다
원산을 가는 마지막 기차역이다
언제나 이 길을 따라 관광가듯 북쪽을 갈 수 있을까
통일만 되면 관광 수요가 폭팔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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