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할머니의 고함

Graffiti 2006. 1. 8. 16:27

 

 

전날 무리하게 마신 술을 깨우려 모두들 잠든 새벽

손전등을 들고 혼자 소요산을 올랐습니다

공주봉으로 의상대로 나한대를 돌아 온몸이 단풍으로 물들즈음 하산했습니다

소요산을 거의 다 내려오고 있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조심조심 걸음을 떼며 올라오시고 계셨습니다

저를 지나쳐 20미터도 채 올라가시기도 전에

야호를 외치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랐습니다

야호 야호 야호 야~

그곳은 정상도 아니고 고개마루도 아니고 거의 평지와 같은 도로였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이라 헛웃음이 나왔습니다만

내려오며 곰곰히 생각하니 죄송스러웠습니다

할머니가 살아오시면서 자식들 야단치고

늦게 귀가한 남편한테 어쩌다 큰소리를 내는 것 외에

언제 즐거운 마음으로 큰 소리를 질러보셨을까하는 안타까움에

뒤돌아서서 할머니가 보이지않을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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