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무리하게 마신 술을 깨우려 모두들 잠든 새벽
손전등을 들고 혼자 소요산을 올랐습니다
공주봉으로 의상대로 나한대를 돌아 온몸이 단풍으로 물들즈음 하산했습니다
소요산을 거의 다 내려오고 있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조심조심 걸음을 떼며 올라오시고 계셨습니다
저를 지나쳐 20미터도 채 올라가시기도 전에
야호를 외치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랐습니다
야호 야호 야호 야~
그곳은 정상도 아니고 고개마루도 아니고 거의 평지와 같은 도로였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이라 헛웃음이 나왔습니다만
내려오며 곰곰히 생각하니 죄송스러웠습니다
할머니가 살아오시면서 자식들 야단치고
늦게 귀가한 남편한테 어쩌다 큰소리를 내는 것 외에
언제 즐거운 마음으로 큰 소리를 질러보셨을까하는 안타까움에
뒤돌아서서 할머니가 보이지않을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Graffiti' 카테고리의 다른 글
Mr. Deeds 2002 (0) | 2006.01.08 |
---|---|
산이 좋아졌습니다 2002 (0) | 2006.01.08 |
외가 어르신들 (0) | 2006.01.08 |
도대체 저를 어찌해야 하나요 2002 (0) | 2006.01.08 |
2002년 추석 (0) | 2006.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