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질무렵 막내 딸아이가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느낌이 왔지만 내심 모른척 했습니다. 지난달 말 강원도로 떠나는 차 속에서 딸아이는 그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쳐대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마음에 담기엔 너무 벅찼기 때문이지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이 아이의 고백을 듣자니 내심 걱정도 되고 나이가 먹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 품안의 자식이랄 나이는 지나가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품어야할 자식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해야할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다음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제가 던진 말입니다. 눈감아도 보이고 책 속에 그의 얼굴이 있고 세숫물 속에도 있지않냐는 물음에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신기한듯 도사님을 바라보는 눈빛이었습니다. 왜 그 열병을 모르겠습니까 왜 그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그런 과정을 거치지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딸애는 조심스레 질문을 해왔습니다. 아빠 나 그 친구하고 손잡아도 돼냐는 말에 가슴이 잠시 덜컹했습니다. 뭐라고 해야하는지 순간 당황했습니다. 감정을 추스려야 했습니다. 숨을 가다듬고 .... 잡고 싶으면 잡아 하지만 말이야 손 잡으면 안아보고 싶고 안으면 입 맞추고 싶고 입을 맞추다 보면 아마 어른처럼 사랑하고 싶어질거야 그럼 니가 해야할 학교 공부에 방해가 될 것은 뻔하단다. 손 잡는 거야 뭐 어떠냐만은 가능하면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더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가 될길 바란다며 말을 마쳤습니다.
오늘 밤 버디버디를 하는 딸 아이를 보며 들이댔습니다. 요즘도 그 남자친구하고 잘 지내냐라는 물음이 떨어지기도 전에 딸 애는 만면에 더할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응 아빠 흐흐흐흐흐 ....."
남자 친구가 크리스마스 밤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한다는군요. 애 엄마는 집에 데려오라고 회유했지만 둘 만이 있고 싶기도 할것이고 사춘기에 맞아보는 크리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둘이서 안만나도 다른 친구들과 같이 만나겠다며 외출을 허락해 달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