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새로운 항암 준비

Graffiti 2023. 4. 28. 15:19

연이틀을 하루종일 서울로 왔다갔다 했더니 녹초가 됐다. 잠들려고 누운 창너머에 반달이 멀리 보였지만 핸드폰 줌으로 당겼더니 제법이다.

4/26 티센트릭(아테졸리맙) 3차를 맞기로 한 날이다. 

         김교수는 열심히 스크롤을 움직이며 스크린에 몰두한다

        -(할말이 많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 항암제 후 1주차엔 좋아지는 느낌이었는데 2주 차엔 겨드랑이가 아프면서 암이 커졌습니다. 목의 암부위도 커진듯 하고 목이 당기고 목소리도 잠겨서 전화 통화도 힘들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혹시 목소리 문제는 다른 과의 진료를 받아봐야 할까요? 암이 커지고 작아지는 것은 저의 컨디션 때문일까요? 아니면 치료 과정일까요? (웃는 듯 마는 듯 곤란한 듯 김교수는 말이 없다)

       -약을 바꿔야겠네요.... 약이 안듣는거네요. 지금 상황에서 방법은 미국 길리어드 제약사의 임상에 참여해보기를 권합니다. 일단 설명을 듣고 결정하시고 다시 진료를 하지요

       -다른 약은 없나보지요?

       -있어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나는 임상 말고는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이 별로 없는 모양이네. 아니면 화학 독성 항암제로 연명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것일까!) 임상 연구 간호사를 만나기 위해 연구센터로 갔다. 에트루마데난트(알약) + 짐베렐리맙 +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을 통한 임상안내를 받았다. 지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임상이냐 효과가 미미할 다른 항암약이냐 이다. 당연히 임상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되어 지체없이 하겠다고 했다.

     -설명 들어보니 어떠셨어요? (김교수가 내게 묻는다)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 같아요. 임상이 최선인것 같습니다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너무 걱정마시고 임상이 효과를 나타내리라 생각됩니다. (1주차에  약을 복용하고 주사 2가지 2주차 주사제 한가지를 맞고 3주차에  한 주 쉬고 그 다음주에 또 두 가지 약을 맞게 된다. 이렇게 3주씩 35회의 주간을 보내야한다)

     모든 예약이 꽉 차있어서 일주일 후에 조직검사 예약을 하고 서림이를 만나 우육면을 먹으러 가자며 병원을 떠났다. 식당을 가는 동안 서림이는 내게 팔장을 끼고 걸었다. 서림이 시집 가기 전에 오사카 밤거리를 손잡고 걸었던 것이 가물가물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커피를 마시러 가는 동안에도 팔장을 꼈고 헤어지기 전에 전철역까지 다시 팔장을 꼈다. 자식인데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살짝 낯설다.

 서림이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데 30분쯤 지났을까 예약 간호사에게 연락이 와서 오늘 오후 4시 30분에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하루하도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하루라도 빨리 항암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 새벽에 집을 나서서 피곤하지만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3시간 동안 창경궁에 들어갔다. 조용한 곳을 찾아 맨발로 걸으며 어싱의 즐거움을 누리며 걷고 또 걸었다. 피곤이 풀리는 듯 했다. 병원으로 돌아가 겨드랑이의 조직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니 전철은 만원이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내일은  심전도와 CT검사가 있다

 

4/27 어제 못한 일을 적당히 마치고 CT를 위한 금식 상태로 서울로 또 갔다. 도착하자마자 심전도를 마치고 오랜만에 누나를 만났다. 게다가 둘이서 만난 건 언제인지도 모를 오랜만이다. 전철역 출구에서 만났는데 누나는 나를 보고 순간 아버지같았다며 점점 더 닮아간다고 한다. 나는 걸으며 누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나는 언제 누나의 손을 잡고 걸어봤는지 기억에 없다. 아마 60년 전쯤 3-4살 즈음에 누나 손을 잡고 시장통을 돌아다녔는지도 모른다. 손을 잡고 걷는동안 서먹하기도 했지만 좋았다. 둘이 한참을 이야기 하고 헤어지기 전에 같은 방향으로 걷는데 이번에는 누나가 내 손을 잡고 걸었다. 어서 나으라며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남들이 우리를 보면 둘이 사귄지 얼마안된 커플같다며 놀릴지도 모른다며 우리끼지 상상하며 웃었다. 서림의 도움으로 도착하자마자 가슴, 목과 겨드랑이, 배까지 CT를 신속하게 찍고 서림과 금식후에 먹는 맛있는 점심을 같이 먹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다리도 피곤했다. 

 

4/28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입술이 부르텄다. 이 또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정도로 내 몸이 어제 그제 힘들었나보다. 임상 간호사에게 연락이 와서는 빠르면 5/10일이 아니라 5/8일 항암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 하루라도 빨리 맞으면 좋지. 내가 먹는 콜레스테롤 약(리피논)이 새로운 항암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킬수 있다며 복용을 하지말라고 하여 동네 의사와 상담후 당뇨 약만 먹기로 했다. 조직검사를 했던 부위에 붙인 거즈의 반창고가 피부에 물집과 두드러기 처럼 부풀어서 메디폼으로 진정을 시켰다

 

4/29 터진 입술은 거의 아물고 조직검사 부위도 거의 진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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