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갈등과 낭패

Graffiti 2021. 8. 21. 12:19

‘갈등’은 소설에서 등장인물 사이에 일어나는 대립과 충돌을 뜻한다. 원래 갈등은 ‘칡과 등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칡이나 등나무는 바닥을 기다가 나무를 만나면 휘감아 오르는데, 하나는 오른쪽으로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감기는 성향이 있어 서로 엉키면 좀처럼 안 풀리는 지경이 된다. 마치 목표가 다른 사람들 사이, 또는 개인과 집단 사이의 충돌 상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같다. 갈등은 번민, 불화, 반목과 다툼, 망설임과 고민 등 많은 어휘와 비슷한 말로 얽혀 있다. 누구에게나 이해관계가 있으며, 심지어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그러하니, 갈등이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다. 드라마의 갈등이 곧 자기 이야기 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설 속 동물인 ‘낭’과 ‘패’가 있다. ‘낭패’란 다리가 없는 이리 두 마리를 같이 부르는 말인데, 낭은 앞다리로만 살고, 패는 뒷다리로만 살아간다고 한다. 또, 하나는 용맹하고, 다른 하나는 겁쟁이지만 영특한 꾀가 있다는 말도 전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낭과 패는 함께 있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 낭패의 의미에는 이런 문제 상태뿐만 아니라, 서로 반대되는 둘 이상의 요구나 기회 앞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괴로움도 있다. 곧 낭과 패처럼 불완전한 이들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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