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일,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는 일.
종양내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 단순히 겁이 나서, 눈앞의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거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인생을 길게 내다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암 치료도 그래야만 한다.
기대 여명을 알게 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아버지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 했다. 남은 가족들이 아버지 역할을 잘해준다면 아이들은 무탈하게 클 것이고, 설령 환자가 살아 있어도 아버지 역할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제대로 크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응급의학과 읫 남궁인 선생은 <제법 안온한 날들>이라는 책에서 "사람은 일방적으로 불행하지 않다" 라고 했다. 의사가 보기에 아무리 불행해 보이는 환자와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날 것이며 불행은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 그 말이 옳다.
이타적이기만 하려다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서 다른 사람도 돌보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