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친구의 어머니

Graffiti 2020. 1. 5. 15:57

나는 친구의 어머니를 내 어머님처럼 느꼈다

친구가 미국에서 못오고 있어 나라도 찾아뵈야할 것 같았고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친구 어머니가 더 애틋해졌다

5년 이상 명절마다 찾아 뵈었다

아내는 용돈을 조금씩 더 올려드리라며 사셔야 얼마나 더 사시겠냐며 ....

 

내가 10년 전 쯤에 수해를 입었을 때 서울서 동두천까지 위로하러 오셨고

친구가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님을 종종 찾아뵈면 항상 내 부모님의 안부를 물으셨다

내가 친구를 각별하게 생각했으니 그의 어머니도 내 어머니 같았다

 

작년 설에 뵈었을 때 

이제는 안와도 된다

그 전에 죽을란다며 체념하시는 듯했지만

작년 추석에 뵜을 때 이미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하지만 기력은 쇠잔해지고 약간의 치매기도 보였다

그야말로 내년까지 잘 계시려나 걱정스러웠는데... 

 

친구와 친구 누님은 내가 찾아뵙는 것을 좋아할리 없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친구는 엄마를 버렸고

누님도 가까이 있지만 찾아오지 않는다 했다

하지만 누님을 만나면 그간에 있었던 소상한 이야기를 전하며

어머님의 별난 성격과 씀씀이가 문제가 되어 조카들만 찾아뵙고 누님은 안본단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는 모든 수발을 들고 있었다

 

나야 명절 때 선물과 용돈으로 얼굴 한번 삐쭉 들이미는 정도이나 그래도

누님은 불편할 것이고-엄마를 내가 뵈러오고 자신은 안보니

친구도 불편할 것이다-어머님이 자식 서운한 것을 나한테 해마다 똑같이 이야기 하시니

작년 어머님을 뵙고 나오며 내가 가족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

안가볼 수도 가볼 수도 없느 난처한 상황을

그래서 올해는 명절 훨씬 전에 갔다올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좋은가 작년 11월 25일에 돌아가셨단다

내 몸이 안좋으니 연락 안했다는데 한편으론 서운하고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고

내가 난처한 것을 아시고 어머님이 먼저 세상을 버리셨나!

당뇨 합병증과 치매의 심화로 병원과 요양원 생활 두 달 정도 하시고 돌아가셨다

가족들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뤘다고 한다

물론 친구없이 ....

 

어머님을 위한 평화의 안식을 위한 기도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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