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어머님 방문

Graffiti 2009. 9. 3. 11:41

새벽에 눈이 떠진 시간이 5시였습니다

더 이상 잠이 오지않을것 같아 슬슬 준비해서 일죽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이라 고속도로 근처 마을은 아침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안개처럼 마을과 산을 감싸 안은것이 운치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연꽃마을 바로 앞에 있던 청국장 짐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반찬이 정갈하고 두부지짐은 한 그릇을 더 주문해서 먹을 정도로 입이 즐거워했습니다

 

어머님은 간 밤에 잠을 못 주무신것 처럼  힘이 없어 보이시긴 했지만

대체로 건강하신 편이며 평상시처럼 못드시는 것 말고는 좋다시는데

틀이는 다시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드시는 것을 즐기실려면 잇몸에 맞는 치아가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어머님도 계속 틀이에 관해 말씀을 하시니까요

그러면서 남 보기에도 홀쭉하니 흉하다고 말씀하시니 것으로 보아

남의 눈을 의식하는 정신이 있으시니 더더욱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처에 어르신들이 가시는 치과가 있다니 이번에 가시면 사무실과 이야기를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치매 검사도 근처에서 받으실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대화 중에 물론 어머니의 착각과 말 실수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어머니가 잠시 헷갈려 하셔서

너무 당황했습니다

차후에라도 더 이상 기억력 감퇴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에 하나 정말 치매가 오신다면 어머님이 오래오래 사시는것도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지요

누나와 형이 잘 상의해서 결정하셨으면좋겠습니다

 

면회는 9시 부터인데 우리가 1시간이나 일찍 갔는데도 사무실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어

오히려 저희가 미안해 했습니다

사무실 여직원이 형이 보낸 어머님께 드리른 편지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 내용을 원장님께도 보여드렸더니

효자의 어머니이니 잘 모시라고 직원들한테 지시를 내렸다고 해서

아주 흐믓했습니다

 

어머님께 두유와 과자 그리고 반찬으로 드실 김을 드리고 왔습니다

세째주 정도에 다시 오겠다며 돌아서서 아버님한테 갔었습니다

들어서는 초입부터 가슴이 먹먹한 것이

어제 재현이 결혼식에 하객들한테 보여주는 어린시절 사진에

돌아가신 누님의 환한 얼굴에 눈물을 떨굴뻔 했던것 처럼 그랬습니다

국립이천호국원 아버님의 유골함 앞에 큰 절을 올리며

그간 찾아뵙지 못한 불효에 대한 사죄와

그동안 아버님을 추억하며 눈물 흘리지 못한 죄스러움까지

잠시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다행히 어머님이 일죽에 계셔서 아버님을 자주 찾아뵐 수 있을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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